하나님의뜻(6): 때로는 늦게 가게 합니다 

                  창25: 11-12, 16, 18, 19-21, 26; 26: 12-19

 

다 순조로운데 한 가지가 해결되지 않아 남들보다 느리게 갈 때가 간혹 있습니다. 오늘 주인공 이삭이 이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26: 12-14절은 25장보다 뒤에 있지만 아직 이삭이 아들을 갖지 못한 때입니다. 그때 이미 하나님은 복을 주어 그 해 백 배의 소출과 양과 소와 많은 종들을 거느리는 거부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복을 받은 이삭에게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25: 12, 19절은 이복 형 이스마엘과 이삭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스마엘은 번성하여 12지파를 이루고(16) 땅을 차지해 가는 모습입니다(18). 세상적으로 보면 이삭보다 더 잘 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편, 이삭은 20절에 보면 40세에 아내를 맞이하지만 20년 동안 아이가 없었음을 26절은 말해줍니다. 100세에 이삭을 얻은 아브라함에 비하면 짧지만 이삭도 긴 시간의 기다림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나님께 복 받았다는 사람이 뒤쳐지는 느낌이 듭니다. 뭔가 잘 안 되는 순간입니다.

 

이때 이삭이 보이는 모습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성도가 취해야 하는 태도입니다. 이삭은 아브라함과 사라처럼 자신들의 생각으로 하나님의 뜻을 앞서 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더 꼬이는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이삭은 하나님보다 앞서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먼저 기다립니다

 

기다리기 힘든 긴 시간을 이삭이 견딜 수 있었던 비밀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이지만 아버지와 모리아 산에 함께 오르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사에 뭔가 빠진 것을 발견하고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번제에 드릴 어린 양은 어디 있는지 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장 귀한 것을 드리는 사람을 위해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그 날 경험합니다. 자신을 죽이려는 아버지의 손을 멈추게 하고 미리 준비한 어린 양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삭은 기다립니다. 지금 그에게 부어주는 복을 바라보며 준비하실 하나님을 믿기에 기다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기다리며 살까요? 모든 것이 빠른 요즘 세상입니다. 게다가 한국 사람처럼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가 얼마나 기다릴 줄 아는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공급하신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믿음은 기다림입니다. 믿고 인내하는 것입니다.

 

이삭의 이런 믿음을 지탱하게 하는 구체적인 신앙의 도구가 있었는데 바로 그것은 묵상이었습니다. 성도에게는 믿음을 견고히 세울 수 있게 하는 삶이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 본문은 전혀 그런 내용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11절에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 그가 머무르는 곳이 브엘라해로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24:62-63절에 의하면 이 장소는 리브가를 아내로 얻기 전부터 늘 묵상하던 장소임을 알게 됩니다. 아브라함이 죽은 후에도 아버지가 살던 헤브론으로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머물던 곳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묵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묵상의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기 바랍니다.

 

묵상은 깊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방법은 더 깊이 파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묵상의 사람은 기도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기도 없이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때로는 긴 시간의 부르짖음이 필요하기에 ‘prayer’로 번역한 영어성경보다 간구로 번역한 개역개정이 더 좋은 번역인 것 같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놀라운 일을 추진해 나가십니다. 인내하며 기도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십니다. 이삭이 자식이 없을 때 그가 한 일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본문이 창 26:14-19절입니다. 하나님은 이삭으로 하여금 그 시간에 우물을 파게 하십니다.

 

우물이 뭐 대단한 일이냐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 가나안에 있어 우물은 삶이며 생명입니다. 가나안은 비가 적기에 물이 많이 없습니다. 우물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우물을 파기가 쉽지 않습니다. 땅을 판다고 해서 물을 얻는 그런 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나안 땅에서 우물을 파는 일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투입되어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물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먼저 이삭에게 복을 주어 이런 것을 갖추게 했던 것입니다. 가족들과 자신의 가축들을 위해 우물이 필요했지만 하나님의 뜻은 그것보다 더 큰 것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웃 블레셋 사람들까지도 살리는 우물이 되게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뭔가 잘 안 되고 느리게 갈 때 하나님은 이삭을 다른 곳에 사용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일에서 이제 조금 멀어져 생명에 관심을 갖기를 원하셨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깊은 우물을 파게 했습니다.

 

가나안에서 우물을 갖기 위해서는 바위를 뚫어야 했습니다. 팠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실패를 견뎌내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사람들은 쉬운 것을 택했습니다. 그냥 웅덩이를 파서 비가오면 물이 고이게 해서 그 물을 먹고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이삭은 샘물이 솟아 시원한 생수를 마실 수 있는 우물을 파는 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나 자신의 필요만 채우게 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준비하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를 때로는 느리게 가게 하십니다. 그리고 먼저 다른 것들을 풍성하게 주어 주의 일을 하게 하십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느리게 진행되어 남들보다 늦게 가게 하실 때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뜻입니다. 그 일을 위해 여러분을 부르는 초대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직접 참여하여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시기입니다. 다 포기하고 한국 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직업 바꾸라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서신 자리에서 그 일 하시면서 생명이 살아나는 사역들이 교회에서 추진될 때 그 일에 뛰어 들라는 것입니다. 성도님들이 바로 그곳에 필요하기에 하나님은 여러분의 일을 조금 늦추어서라도 그 일을 하게 하십니다. 이 놀라운 뜻을 발견하고 주의 일에 동참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삭은 주위 블레셋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판 우물을 빼앗으면 바보처럼 주는 모습을 우리는 본문에서 보았습니다. 그가 바보입니까? 그는 묵상의 사람으로 매우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모습을 어릴 적부터 보여왔습니다. 그렇다고 군사가 없습니까? 아닙니다. 앞에서 이미 많은 종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연합 왕들과 싸워 이긴 노하우도 병사들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저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 때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그런 사람을 부르십니다. 그러나 아무나 그 사역을 할 수 없기에 인내의 기도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십니다. 복된 일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사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만이 아니라 후대에까지 남을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부르십니다. 그 일을 하는 이삭에게 복된 소리가 들립니다. 21절에 리브가가 아이를 가지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우리 성도님들도 주의 일을 해 나가고 있는 동안에 이런 축복을 경험하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