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예배(2): 내려 놓고 출발하십시오. 창 32:6-8, 11-13, 24-28
개강
2주째입니다. 신입생 여러분! 일 주일 잘 지내셨는지요? 만약
신입생들에게 힘든 것이 있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건물 찾는데 조금 힘들기도 합니다. 엄마가 해
주던 밥이 그리운 분도 있겠지요. 수업이 시작 되겠지만 OT에서 코넬
공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신입생이면 누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면 참 힘들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여러분이 얻었던 명예와 자랑들 다 내려 놓기
바랍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코넬에 들어오기 위해 밤 잠 자지 못하고 피나게 얻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기준, 코넬은 54명이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세계 유수 대학 중 9번째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입니다. 그리고 “2021년 졸업예정으로2017년 가을에 입학하는 학부 신입생의 경우 47,038명의 지원자 중 코넬 대학교
역사상 가장 낮은 12.5%인 5,889명이 합격하였(습니)다”(출처: 위키백과).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은 사실입니다.
대단한 긍지를 가진 신입생들에게 이런 것들을 내려 놓으라고 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
놓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작이기에 지금까지의 것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준비하며 나아가야 할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갖고 있는 것들은 여기까지 오기 위한 준비에 불과합니다.
일단 여기에 도착하면 그것들은 필요가 없게 됩니다. 쉬운 비유를 하자면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은 아까워도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새 것 먹어야지 아깝다고 가지고 있게 되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버려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좀더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일등,
최고(점수), 뛰어나다, 잘한다, 우수하다. 뭐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이름 앞이나 여러분들을 소개할 때 붙었던 타이틀입니다. 이곳에는
너무나 그런 것이 많습니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여러분들이 최고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붙잡으면 좌절을 맛볼 수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나보다 훨씬 앞선 사람들이 앞에 막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너무 자신이 초라해
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여러분이 가진 것을 내려 놓으라고 말씀 드린 것입니다.
내려 놓으면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려 놓는다고 기죽을 분들도 아닌 줄 압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위대한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고, 또 되기 위해서 이곳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단 입학함으로 그런 충분한 자격을 검증 받았습니다.
이제
본문으로 돌아가 보고자 합니다. 야곱에게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는 순간입니다. 형을 피해 도망 와서 20년 타향살이를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신입생 여러분들과 같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시점에 서 있는 야곱입니다. 이때 야곱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 놓습니다.
형이 군대를 이끌고 자신에게로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반가워서가 아니라 도망 올 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형입니다. 여전히 자신에 대한 배신감과
억울함이 형에게는 남아 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삼켜 버릴 수도 있는 순간입니다.
이런 상황에 있는 야곱에게 ‘내려 놓는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먼저,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야곱은 양과 염소 떼는 많지만 자신을
보호할 군사들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형 에서가 죽인다면 죽임을 당해야 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그러나 본문을 읽다 보면 야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하는 것을
또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소유를 두
떼로 나누어 하나라도 살 길을 찾습니다. 그러므로 ‘내려 놓는다’는 것이 단순한 포기가 아닙니다. ‘내가 가질 수 없기에 포기하겠다’ 그런 단순한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내려
놓음의 목적은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내려 놓지 못했기에 한 번도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못하던 야곱이 이제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놀랍게도 그가 11절에 주님께 간구하는 자로 나타납니다. 이십 년 동안 타향에서 살았습니다. 할아버지 아브라함처럼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지도 못했습니다.
아버지 이삭처럼 늘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야곱은 사느라 늘 바빴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머리 굴리느라 말씀 묵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늘 현실적인 것에 올인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내려 놓기 시작할 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내려 놓는 사람만이 붙잡을 수 있습니다. 100원 동전 움켜 쥐고 있는 아이가 오 만원 지폐 잡을 수
있는 것은 내려 놓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야곱은 그의 모든 것을 내려 놓을 때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습니다.
12절을 보면 야곱은 자신이 도망 올 때 하나님이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네게 은혜를 베풀어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하셨나이다.” 자신의 손이 빈손이 되었을 때 무엇을 붙잡아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약속을 붙잡습니다. 모든 것은 사라질 수
있지만 약속만은 영원히 나의 것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예: 성경읽기).
그가
말씀을 다시 붙잡을 때 변화가 생깁니다. 그 전까지는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했습니다(11절). 하지만
이제 담대해집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까지 그에게 없었던 새로운 지혜가 발동 됩니다. 13절 이후에 형 에서를 위해 예물을 준비하여 더 앞서가는 팀을 꾸려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게 합니다.
내려 놓음은 얄팍한 살 꾀를 짜내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완전히 변화는 것입니다. 야곱은 얍복강에서 자신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날 밤 하나님과 씨름은 그를
완전히 변화 시키고자 하는 하나님의 계획이었습니다. 우선 그의 외모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야곱이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고 형은 동생에게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야곱의 이름까지 변합니다. 그의 과거는 없어집니다. 속이는 자가 이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과거를 단절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완전히 새로운 야곱이 그 날 밤 태어난 것입니다.
새 학기의 새 환경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주님이 요구하는 것은 성령으로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주 안에서 변화된
사람입니다. 야곱이 아닌 이스라엘이 되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기를 원합니다. 신입생들은 이제 4년 정도 남았습니다. 아니 우리들 가운데는
6개월도 안 남은 분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예수를 만나지 못했다면 예수를 구주로 믿고 영접하여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놀라운 시작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다른 성도님들도 다시 시작하는 새 학기에 나의 것을 내려 놓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겨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이 다듬어 주시는 대로 변해 보시기 바랍니다.
성령으로 충만 되어 새롭게 된 모습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복된 성도님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